4학년 2학기는 마음이 갈대같이 흔들리던 시간이었다. AI관련 학과의 1기 학생이었던 나는 이쪽 계열로 나아간 선배들이 없었다.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싶다가도 대학원을 가야 나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막학기였던 만큼 채워야 하는 학점도 많지 않았다. 그 시기에 대학 동기의 소개로 어느 연구소에서 짧게 학부 인턴을 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지냈던 것 같다. 그때도 막연히 나는 평생 공부하고 탐구하며 머신러닝을 하며 살겠구나 싶었다.
대학원 입시는 보통 졸업학기에 진행된다. 여느 방해 없이 흘러가는 물 마냥 나도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모든 게 무섭고 아쉬워졌다. 석사 진학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2년의 시간이 속절없이 대학 연구실에서 흘러갈 것이 뻔했고, 나는 아직 한 분야를 진득하게 팔 용기가 없었다. 머신러닝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나는 CV, RL 등의 다양한 분야를 해보길 원했다. 뾰족한 스킬을 키우는 것이 석사의 첫걸음일 텐데 어느 꼭짓점을 뾰족하게 만들지 정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회고록에서 썼던 것과 같이 카카오톡 광고에 21년 여름 테크인턴 공고를 만났다. 그때의 심정은 되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었다. 어차피 대학원은 갈 것이 자명했고, 연구실 세팅의 실험을 약 2년간 하기 전에 현업에서는 ML을 어떻게 쓰는지도 궁금했다. 당시 특별히 취업준비를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코딩테스트에서 당연히 걸러지겠거니 했다.
난 그래서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마-확인할 수는 없지만- 내가 코딩테스트를 문닫고 통과했으리라 자신한다. 회사는 데이터 관련 직군 신입을 공채에서 뽑지 않고 인턴을 통해 채용하는데, 난 그 사실도 입사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게 나는 21년도에 ML엔지니어가 되었다.
23년이 되어서야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별거 없다. 작년부터 2년을 잡고 머피의 머신러닝(23년 개정판은 1,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을 독파하고 있는데, 이 내용을 남기고자 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었다. 물론 읽는 내용의 모든 것을 글로 작성하고 있지는 않다. 이 글의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어서 조금 더 내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부분, 혹은 이 부분에 대해 다시 복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추측 하에 '아 맞다! 이런 내용이었지' 하고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성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들의 제목은 [아 맞다]로 시작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약간의 동기부여가 생겼기 때문이다. ML을 공부하는데 내 블로그의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 동기중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을 보면서 나도 내 지식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어떻게 이 부분을 풀어갈지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겠다. 내 글의 수요나 독자의 니즈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블로그의 글을 본 후 이 본문을 보는 분이 있다면 선한 댓글 하나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회사일을 하면서 꾸준히 기술을 탐구하고 습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중 작년과 올해 내가 중점을 두는 것은 기본기를 더욱더 탄탄히 하는 것이다. LLM과 같이 세계를 강타하는 큰 줄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또 어떤 유행이 오더라도 그 시류에 적절하게 편승할 수 있는 기본기를 내가 갖고 있기를 바란다.
올해는 그래서 머신러닝의 기본기에 대한 글을 위주로 작성하고 있고, 그럴 예정이다. 나의 이런 기본기에 대한 갈망이, 이 경험치가 내 글을 만나는 모든 분들의 경험치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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